카테고리 없음

소장하고 싶은 책 추천 책 추천 오즈의 마법사

그래 나야 나 2026. 7. 24. 09:00
반응형

 

어릴 때 읽던 『오즈의 마법사』, 어른이 되어 다시 보니

 


1인 출판사 마음시선 퍼플에디션

어릴 때 읽었던 책을 어른이 되어 다시 펼치면 참 이상합니다.
줄거리도 알고, 등장인물도 다 아는데 전혀 다른 이야기를 읽는 것처럼 느껴질 때가 있거든요.
『오즈의 마법사』도 그랬습니다.
예전에는 도로시가 회오리바람에 휩쓸려 신기한 나라로 떠나는 모험 이야기라고만 생각했어요.
허수아비도 나오고, 양철 나무꾼도 나오고, 겁 많은 사자도 나오니까요.
그런데 지금 다시 보니 이 책, 생각보다 어른 마음을 콕콕 건드립니다.
“나에게 부족한 건 뭘까?”
살다 보면 한 번쯤 해보는 그 질문을, 도로시와 친구들이 대신 품고 길을 떠나는 이야기더라고요.

 

보라색 표지부터 눈길이 가는 책

이번에 만난 책은 1인 출판사 마음시선에서 펴낸 『오즈의 마법사: 퍼플에디션』입니다.
책을 처음 봤을 때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건 역시 보라색 표지예요.
도로시와 친구들의 모습이 은박으로 반짝이는데, 조명에 따라 은은하게 빛나는 게 참 예쁩니다.
“책은 내용이 중요하지.”
물론 맞는 말입니다.
그런데 예쁜 책을 보면 괜히 한 번 더 펼쳐보게 되는 것도 사실이잖아요.
이 책은 마음시선 클래식 시리즈의 두 번째 책으로, L. 프랭크 바움이 쓰고 초판 삽화를 담당했던 W. W. 덴슬로가 그림을 그렸으며 박선주 번역가가 옮겼습니다. 2025년 7월 출간된 양장본입니다.
크기도 일반적인 소설책보다 큰 178 ×255㎜ 판형이라 펼쳤을 때 시원시원합니다. 본문은 보라색 계열의 별색으로 인쇄됐고, 원작의 오리지널 삽화도 풍성하게 실려 있습니다. 책 앞부분에는 주요 등장인물을 타로 카드처럼 소개한 페이지도 들어 있어요.

 

아는 이야기인데도 다시 읽게 됩니다

도로시는 캔자스에서 숙모, 숙부와 함께 살던 평범한 소녀입니다.
어느 날 회오리바람에 집째로 휩쓸려 낯선 오즈의 나라에 떨어지죠.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에메랄드 시티의 마법사 오즈를 찾아가는 길에서 세 친구를 만납니다.
두뇌를 갖고 싶은 허수아비,
마음을 갖고 싶은 양철 나무꾼,
용기를 얻고 싶은 겁쟁이 사자.
각자 부족하다고 생각하는 것이 참 분명합니다.
그래서 오즈를 만나면 모든 문제가 한 번에 해결될 거라고 믿고 노란 벽돌길을 함께 걸어갑니다.
그런데 읽는 우리는 점점 알게 됩니다.
허수아비는 위기마다 누구보다 영리한 방법을 생각해 냅니다.
양철 나무꾼은 친구가 다칠까 봐 늘 걱정하고요.
겁쟁이 사자는 무서워하면서도 친구들을 위해 위험한 일에 나섭니다.
아니, 다들 이미 가지고 있잖아요?
그 사실을 정작 본인들만 모릅니다.
보고 있으면 조금 답답하면서도 남의 이야기 같지가 않아요.
우리도 그렇잖아요.
남이 잘하는 건 금방 알아보면서 내가 잘한 일은 별것 아니라고 넘겨버립니다.

 

마흔이 넘어 읽으니 다르게 보였던 이야기

어릴 때는 도로시가 집으로 돌아가는 과정이 가장 궁금했습니다.
마법사는 정말 소원을 들어줄까?
서쪽 마녀는 어떻게 물리칠까?
도로시는 무사히 집에 돌아갈 수 있을까?
그런데 지금은 친구들이 왜 자신에게 없는 것만 바라보고 있었는지가 더 마음에 남았습니다.
허수아비는 자기가 생각할 줄 모른다고 믿었고, 양철 나무꾼은 마음이 없다고 생각했고, 사자는 겁이 난다는 이유로 자신을 용기 없는 존재라고 여겼습니다.
겁이 난다고 용기가 없는 건 아닌데 말이죠.
오히려 하나도 무섭지 않은 사람보다, 무서워도 해야 할 일을 하는 사람이 더 용감할 수 있습니다.
책 속에서도 오즈는 사자에게 이렇게 말합니다.

“진정한 용기란 두려워도 위험에 맞서는 거야.”

이 문장이 참 오래 남았습니다.
요즘은 새로운 일을 시작하려고 해도 걱정부터 앞설 때가 많거든요.
“이 나이에 괜찮을까?”
“괜히 시작했다가 실패하면 어떡하지?”
그런데 두렵다는 건 용기가 없다는 뜻이 아니라, 용기를 내야 할 순간이 왔다는 뜻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어머, 동화책 읽다가 갑자기 인생 상담을 받고 있네요.

반응형

그림을 보는 재미도 큽니다

『오즈의 마법사』는 워낙 여러 출판사에서 나온 책이라 어떤 판본을 고를지 고민될 수 있습니다.
마음시선 퍼플에디션의 가장 큰 매력은 원작 삽화를 살리면서도 책 전체에 통일된 분위기를 입혔다는 점입니다.
보라색으로 인쇄된 본문과 그림이 꽤 잘 어울립니다.
그림이 너무 현대적이지 않아서 오히려 오래된 동화책을 찾아낸 듯한 느낌도 들고요.
아이에게는 조금 낯설고 재미있는 그림으로 보일 수 있고, 어른에게는 옛날 책을 다시 만나는 기분을 줄 것 같습니다.
특히 글만 빽빽하게 이어지는 고전소설이 부담스러운 분이라면 중간중간 나오는 삽화 덕분에 조금 더 편하게 읽을 수 있어요.


아이보다 어른에게 더 권하고 싶은 이유

물론 아이가 읽기에도 좋은 모험 동화입니다.
친구들과 힘을 합쳐 어려움을 해결하고, 집과 가족의 소중함을 알아가는 이야기니까요.
하지만 저는 오히려 요즘 자신감이 조금 떨어진 어른들에게 권하고 싶습니다.
열심히 살아왔는데도 내가 가진 것보다 부족한 것만 자꾸 눈에 들어올 때가 있잖아요.
나는 왜 저 사람처럼 똑똑하지 못할까.
왜 저 사람처럼 단단하지 못할까.
왜 새로운 일을 시작할 용기가 없을까.
그럴 때 도로시의 친구들을 보면 조금 웃음이 납니다.
본인들은 없다고 생각했지만, 여행하는 내내 이미 지혜롭게 생각하고 따뜻하게 사랑하고 용감하게 행동하고 있었으니까요.
어쩌면 우리도 비슷하지 않을까요?
마법사에게 소원을 받아야만 괜찮은 사람이 되는 게 아니라, 이미 살아온 시간 속에서 필요한 것들을 조금씩 갖춰온 것일지도 모릅니다.

소장하거나 선물하기 좋은 고전

책이 크고 단단한 양장본이라 가방에 넣고 다니며 읽기에는 조금 묵직한 편입니다.
대신 책장에 꽂아두고 오래 소장하기에는 잘 어울립니다.
보라색 표지와 은박 장식 덕분에 선물용 책으로도 분위기가 있고요.
아이에게 처음 만나는 『오즈의 마법사』로 선물해도 좋고, 예전에 이 이야기를 읽었던 어른에게 다시 읽어보라고 건네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특히 책 표지와 삽화까지 중요하게 생각하는 분이라면 만족도가 높을 만한 판본이에요.

읽고 나서

『오즈의 마법사』는 새로운 것을 얻는 이야기처럼 시작하지만, 결국 이미 가지고 있던 것을 발견하는 이야기였습니다.
두뇌를 찾아 떠난 허수아비는 이미 지혜로웠고,
마음을 원했던 양철 나무꾼은 누구보다 다정했고,
용기를 구하던 사자는 두려운 순간마다 친구들 앞에 섰습니다.
그리고 집으로 돌아가고 싶었던 도로시는 멀리 떠난 뒤에야 자신이 가장 소중하게 여기는 것이 무엇인지 알게 됐습니다.
살다 보면 자꾸 멀리 있는 답을 찾게 됩니다.
조금 더 대단해져야 하고,
조금 더 갖춰야 하고,
누군가 나를 인정해 줘야 괜찮아질 것 같죠.
그런데 이 책은 조용히 말해주는 것 같습니다.
당신이 찾는 것 중에는 이미 당신 안에 있는 것도 있다고요.
어릴 때는 신나는 모험 동화였는데, 마흔이 넘어 다시 읽으니 꽤 다정한 응원이었습니다.
예쁜 책을 좋아하고, 어른이 되어 다시 읽을 고전을 찾고 있다면 마음시선의 『오즈의 마법사: 퍼플에디션』을 한 번 펼쳐보셔도 좋겠습니다.
노란 벽돌길 끝에서 만나는 건 거대한 마법이 아니라, 미처 몰랐던 내 모습일지도 모르니까요.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