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마곡 서울식물원

서울 한복판에서 갑자기 열대우림을 만났습니다
서울에서 어디 갈까 고민하다 보면 결국 비슷해집니다.
카페.
쇼핑몰.
또 카페.
그러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죠.
“서울에서 나무 좀 실컷 볼 수 있는 곳 없나?”
있습니다.
그것도 지하철을 타고 갈 수 있고, 비가 와도 괜찮고, 한겨울에도 초록색 식물이 가득한 곳이요.
바로 강서구 마곡에 있는 서울식물원입니다.
많은 분이 ‘마곡식물원’이라고 부르지만 정식 명칭은 서울식물원이에요.
그런데 이름이 조금 얌전합니다.
직접 들어가 보면 그냥 식물 몇 개 모아놓은 곳이 아니라,
“잠깐, 나 지금 서울 맞아?”
싶을 정도로 규모가 꽤 크거든요.
서울식물원은 공원과 식물원을 결합한 서울 최초의 도시형 식물원으로, 열린 숲·주제원·호수원·습지원 등 네 개 공간으로 구성돼 있습니다. 전체 면적은 약 50만㎡로 축구장 약 70개 규모입니다.
서울식물원의 진짜 주인공은 온실
서울식물원에 처음 간다면 온실은 꼭 들어가 보세요.
식물문화센터 안으로 들어가 유리로 된 거대한 온실을 마주하면 입구부터 분위기가 확 달라집니다.
밖에서는 분명 서울이었는데,
문 하나 통과했다고 공기가 갑자기 촉촉해집니다.
“어? 안경에 김 서리는데?”
네.
정상입니다.
서울식물원 온실은 열대와 지중해 기후를 바탕으로 식물문화를 발전시킨 세계 12개 도시의 식물을 전시하는 공간입니다. 열대관에서는 하노이·자카르타·상파울루·보고타 등의 식물을, 지중해관에서는 바르셀로나·샌프란시스코·로마 등과 연관된 식물문화를 살펴볼 수 있어요.
커다란 야자수와 넓은 잎을 가진 열대식물 사이를 걷다 보면 서울에서 멀리 여행을 떠난 기분이 듭니다.
물론 여권은 필요 없습니다.
비행기표도 필요 없습니다.
필요한 건 입장권과 생각보다 시원한 옷차림입니다.
특히 겨울에 두꺼운 패딩을 입고 들어가면 10분 뒤부터 패딩을 들고 다니는 사람이 될 수 있어요.
위에서도 봐야 제대로 보입니다
온실을 걷다 보면 위쪽으로 이어지는 스카이워크를 만날 수 있습니다.
아래에서 봤을 때는 그저 커다랗던 나무가 위로 올라가면 눈높이 가까이 다가옵니다.
조금 전까지 나무 아래를 걷고 있었는데, 어느 순간 나뭇잎 사이를 걷고 있는 느낌이 들죠.
서울식물원의 온실 스카이워크에서는 약 2~3층 높이에서 열대식물을 내려다보며 관찰할 수 있습니다.
사진을 찍으려면 아래쪽 산책로만 돌고 바로 나오지 마세요.
스카이워크까지 올라가야 온실 전체가 한눈에 들어오는 사진을 남길 수 있습니다.
다만 높은 곳이 무서운 분이라면 난간 가까이에서 굳이 용감한 척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우리는 식물을 보러 왔지, 담력을 시험하러 온 것이 아니니까요.

주제정원은 날씨가 좋을 때 꼭 걸어보세요
온실 관람권에는 야외에 있는 주제정원 관람도 포함됩니다.
주제정원은 한국의 자연과 정원문화를 보여주는 공간으로, 바람의 정원·오늘의 정원·추억의 정원·사색의 정원·치유의 정원 등 여덟 가지 정원으로 구성돼 있습니다. 계절에 따라 피어나는 꽃과 풍경이 달라서 같은 장소도 방문 시기에 따라 전혀 다르게 느껴질 수 있어요.
온실이 해외여행 느낌이라면 주제정원은 조금 더 차분한 한국 정원 여행에 가깝습니다.
꽃이 활짝 핀 봄에는 발걸음이 자꾸 느려지고,
초록이 짙은 여름에는 그늘만 찾아다니게 되고,
가을에는 사진을 찍다가 앞으로 잘 가지 못합니다.
그런데 비가 많이 오거나 한여름 햇볕이 너무 강하다면 무리해서 전부 돌 필요는 없어요.
온실만 천천히 봐도 충분히 볼거리가 많습니다.
여행에서는 다 보는 것보다 기분 좋게 보는 것이 더 중요하니까요.

무료 구역도 생각보다 넓습니다
서울식물원은 온실만 보고 끝나는 곳이 아닙니다.
열린 숲과 호수원, 습지원은 입장료 없이 이용할 수 있고 연중무휴로 개방됩니다. 유료 입장권이 필요한 구역은 온실과 주제정원이 포함된 주제원입니다.
마곡나루역에서 나오면 넓은 잔디마당이 있는 열린 숲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집니다.
날씨가 좋다면 호수 주변을 걷고, 벤치에 앉아 쉬고, 천천히 온실 쪽으로 이동해 보세요.
서울식물원에 가볍게 산책만 하러 온다면 무료 공간만 이용해도 괜찮습니다.
하지만 처음 방문했다면요?
온실은 들어가세요.
여기까지 왔다가 유리 온실을 밖에서만 바라보고 돌아가면 집에 가는 길에 살짝 궁금해질 겁니다.
“안에는 어땠을까?”
그 궁금증은 입장료보다 오래갑니다.
운영시간과 입장료
서울식물원 주제원은 계절에 따라 운영시간이 달라집니다.
구분운영시간입장 마감
| 3월~10월 | 오전 9시 30분~오후 6시 | 오후 5시 |
| 11월~2월 | 오전 9시 30분~오후 5시 | 오후 4시 |
매주 월요일은 주제원이 휴관합니다.
월요일에 갔다가 온실 문 앞에서 식물 대신 휴관 안내문만 보고 오면 너무 슬프잖아요.
출발 전에 요일을 꼭 확인하세요.
입장료는 성인 5,000원, 청소년 3,000원, 어린이 2,000원입니다. 만 6세 미만과 만 65세 이상 등은 증빙자료 확인 후 무료입장 대상이 될 수 있으며, 유효한 기후동행카드 소지자는 본인 확인 후 할인받을 수 있습니다. 서울시민으로 다둥이 카드가 있는 분또 한 무료입장 가능합니다
지하철로 간다면 목적에 따라 역을 고르세요
서울식물원에 갈 때 무조건 마곡나루역만 생각하기 쉬운데요.
무엇을 먼저 볼 것인지에 따라 편한 역이 달라집니다.
공원과 호수부터 천천히 걷고 싶다면 9호선·공항철도 마곡나루역 3번 또는 4번 출구로 나오면 열린 숲과 연결됩니다.
반대로 온실과 주제원이 주목적이라면 9호선 양천항교역 8번 출구에서 내려 약 10분 정도 걷는 방법이 더 편할 수 있습니다.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산책부터 시작: 마곡나루역
온실부터 시작: 양천항교역
이걸 모르고 마곡나루역에서 내린 뒤 온실까지 걷다 보면 이런 생각이 들 수 있어요.
“서울식물원은 왜 이렇게 넓은 거야?”
앞에서 말씀드렸죠.
축구장 약 70개 규모라고요.
자동차로 간다면 주차장은 서두르세요
식물문화센터 지하주차장은 184대 규모로 넉넉한 편은 아닙니다.
특히 주말이나 공휴일에는 만차가 될 수 있어 서울식물원도 대중교통 이용을 권장하고 있습니다. 주차장 운영시간은 오전 8시부터 오후 9시까지이며, 지상주차장은 24시간 이용할 수 있습니다. 승용차 주차요금은 5분당 150원입니다.
주말 오후에 차를 가져간다면 주차장에서 이미 첫 번째 인내심 테스트가 시작될 수 있어요.
식물을 보기 전에 마음부터 자연스럽게 내려놓게 됩니다.
가능하다면 지하철이 편합니다.
얼마나 시간을 잡아야 할까요?
온실만 빠르게 관람한다면 약 1시간 정도면 둘러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사진도 찍고, 스카이워크도 걷고, 주제정원과 호수원까지 함께 본다면 개인적으로 2시간 30분에서 3시간 정도 잡는 것을 추천해요.
봄이나 가을처럼 야외 걷기 좋은 계절에는 반나절 일정으로 생각해도 좋습니다.
서울식물원은 유명한 작품 하나를 보고 빠르게 나오는 관광지가 아니라, 천천히 걸으면서 쉬는 공간에 가깝습니다.
그러니 입구에서부터 시간을 재며 걷지 마세요.
식물은 빨리 본다고 더 많이 보이는 것이 아니더라고요.
사진은 이렇게 찍어보세요
온실 안에서는 햇빛이 유리 천장을 통해 들어오기 때문에 맑은 날 오전이나 이른 오후에 사진이 잘 나오는 편입니다.
초록색 식물이 많아서 흰색이나 밝은 색 옷을 입으면 인물이 비교적 또렷하게 보여요.
반대로 초록색 옷을 입으면 아주 자연스럽게 식물원과 하나가 될 수 있습니다.
숨은 그림 찾기처럼 요.
온실 전체를 담고 싶다면 아래 산책로보다 스카이워크에서 촬영해 보세요.
다만 주말에는 사람이 많으니 한 장소를 오래 막고 촬영하기보다 잠깐 기다렸다가 빠르게 찍는 것이 좋습니다.
우리 모두의 인생 사진은 중요하지만,
다른 사람의 관람 동선도 중요하니까요.

서울식물원, 솔직히 갈 만할까요?
화려한 놀이기구가 있는 것도 아니고, 자극적인 체험이 가득한 곳도 아닙니다.
그런데 그래서 더 좋습니다.
걷다가 멈추고,
큰 나무를 올려다보고,
이름도 모르는 꽃 앞에서 사진을 찍고,
호수 옆에 앉아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됩니다.
비 오는 날에는 온실 데이트 장소로 좋고,
추운 겨울에는 따뜻한 실내 나들이 장소가 되고,
날씨 좋은 봄과 가을에는 호수와 정원을 걷기 좋은 산책 코스가 됩니다.
서울에서 멀리 떠나기는 어렵지만 여행 기분은 느끼고 싶은 날.
그럴 때 마곡 서울식물원으로 가보세요.
지하철을 타고 도착했을 뿐인데,
잠시 다른 나라의 숲을 걷고 온 것 같은 기분이 들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온실에서 나오자마자 가장 먼저 드는 생각은 아마 이것일 거예요.
“서울이었지, 여기?”